[명문고K의 민낯](6·끝)“교육청, 사립학교 통제 결정적 카드 없다”

김우리 uri@gjdream.com | 2019-08-28 0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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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명문대를 잘 보내기로 소문난 광주의 사립고 K고의 시험문제 유출 사태로 인해 교사 80%에 대해 징계조치가 요구되는 등 입시교육을 위시한 ‘공교육 불신’이 다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광주는 지난해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에 이어 1년 만에 K고 사건이 터졌는데, 더 규모가 크고 사안이 복잡한 내막이 드러나면서 충격이 배가됐다.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은 2016년 S여고 성적 조작, 2018년 D고교 시험문제 유출 등 일반계 고등학교 성적과 평가관리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해 왔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시교육청은 특별 감사에 나서 시험문제 유출을 사실로 확인했고 여러가지 문제점을 밝혀냈음에도 해당 학교는 감사 결과를 반박하며 기자회견과 현수막 공세를 퍼붓는 등 ‘적반하장’ 형국이다.

 사실로 드러난 혐의까지 부정하며, 오히려 교육청을 규탄하는 K고의 행태에 “기가 막힌다”는 공분이 일지만, 일각에선 “그럴 만하니까(그래도 되니까) 그럴 것”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그 불신의 뿌리에는 “매해 성적·평가 비리가 반복되고, K고의 경우 조직적으로 장기간 편법을 저질러 왔는데도 교육청은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지”와 “이번에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K고를 일벌백계하고, 재발방지에 실효성이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광주시교육청 감사결과 사실 확인

 지난 7월5일 K고에서 치러진 교내 기말고사 3학년 수학 시험 문제 중 5개 문항이 기숙사생이 주축이 된 교내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됐다는 내용이 SNS와 언론에 공개된 이후 파문이 일었다.

 2018년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이 관내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발표한 지 1년 만이었다. 당시 사건은 교무부장과 학부모가 공모해 시험지를 빼돌린 사건으로 교육청은 ‘시험지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엔 K고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 시민사회가 교육청을 향해 “문제를 야기시킨 학교 관계자를 엄벌하고, 공익신고자인 학교구성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1년 만에 비슷한 사건을 계기로 광주시교육청의 학업성적 관리와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판단에 따라 더욱 엄중한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여에 걸친 교육청 특별감사 결과가 공개된 지난 13일 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향후 대책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에 그쳐 실망을 안겼다. 감사 결과 K고는 성적우수자로 구성된 특정 동아리반(심화반) 시험 문제 사전 유출 외에도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불일치, 평가의 불공성 문제, 방과후학교 지침 위반 등 학사·평가 관리에서 여러건의 파행이 드러났다.

 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관리자들을 중징계(교장 파면·교감 해임) 요구하고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 정도를 감안해 징계 및 행정처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지만, 인사권과 징계권 모두 K고 법인에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강제할 방법은 없다.
 
▲K고 측 ‘반박’ 회견·현수막 공세

 교육청은 이후 대책으로 K고를 ‘중점관리 대상학교’로 지정해 선택과목 강제 수강 및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학생 과목선택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을 점검하고, 학교 당 연 4회의 현장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길라잡이’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했다.

 평가단계별(계획-출제-채점-이의신청) 매뉴얼 보급과 함께 연수를 실시한다. 또 서술형 평가의 출제와 채점의 절차 준수를 위해 관리감독 강화하고, 고등학교 정기고사 평가 문항 점검을 연 2회 실시 하겠다고도 밝혔다.

K고 관계자들이 22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학생·학부모에게 사과했다.

 감사 결과를 받아든 K고는 사과나 대책 마련은 커녕 되레 “억울하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K고 교장과 교직원들은 22일 오전 광주광역시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는 결단코 고발과 파면, 해임, 교사의 80%가 징계를 받을 만큼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겁박과 조작된 감사에 대해 교육청은 사과와 시정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K고는 지난 17일경 학교 건물 곳곳에 ‘광주교육 사망…’이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걸고 감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나아가 “교육청이 표적 감사를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일 또 다시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 교육계가 회초리를 들었다.
 
▲시민단체 “확실히 엄벌해야” 고발

 단체들은 “일부 학생에 대한 특혜와 편법, 위법, 탈법 학사 운영이 드러났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후안무치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K고를 규탄한다”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학생, 학부모, 시민들에게 엎드려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소극적인 대응을 이어온 교육청에 대해서도 “학급수 감축 등 행정, 재정적 불이익으로 일벌백계하여 평가 부정과 성적차별을 근절하고자 하는 교육청의 의지를 천명하라”며 전체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가짜 시간표 운영, 성적 몰아주기, 편법적인 교육과정 편성 실태를 조사하고, 적발된 학교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그래도 교육청의 응답이 없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지난 23일 K고 교장·교감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 등이 23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려고등학교 시험문제 사전 유출과 관련, 교장·교감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뉴시스 제공>

 단체는 “학사 관리·감독 책임자인 교장·교감은 학업 성적과 평가 관리에 대한 책무를 소홀히 했다. 이에 학사 행정에 차질을 줬다”며 고발의 배경을 밝혔다.

 시민단체가 책임자를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뒤에야 장휘국 교육감은 26일 간부회의에서 “해당 학교에 대해 징계 요구뿐 아니라 여러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부서에 제재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교사 80% 가량을 징계 또는 행정처분 요구하기로 한 데 이어 학교에 행·재정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도 비슷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교육청이 대응해오던 방식으로 문제를 뿌리 뽑는 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사학비리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한 교육 단체 관계자는 “교육청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제재’나 ‘압박’을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K고가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 엄격히 따져서 법적 대응 또는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수사·조사기관과 공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K고처럼 학교가 조직적으로 편법을 자행하고 장기간 문제를 누적해 온 경우에는 몇 명을 꼬리 자르기 하듯 끝내서는 안 되고, 특별 감사를 토대로 문제를 면밀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재발방치책을 약속해 왔지만 결과는 이와 달랐다”며 “교육감의 직무유기에 대해 공식 사과가 필요하고,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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