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꼬집기]‘성평등추진체계’ 없이 ‘일자리 시장’없다

백희정 | 2018-07-16 0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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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7월 한국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 불만을 표하며 거리로 나선 여성들의 분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 수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여성들을 혜화역에 모이게 했다. 인터넷 카페가 주도해서 개최했다는 것도 이전 시위와 다른 양상이거니와 젠더의제 사안으로 6만 명(주최 측 추산)이라는 역대급 대규모 시위도 놀라웠다.

우리 사회, 성차별 문제에 응답하라

 이들은 어쩌다 모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성차별 문제에 명확한 ‘응답’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고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끝장을 볼 ‘작정’을 하고 있어 그냥 모른 척 넘길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중앙부처에서는 이제야(이제라도 다행이지만) 악폐인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대통령과 장관의 발언을 통해 보여주었는데 이는 비단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바꿔질 수 없다. 일상적인 성차별 의식을 바꾸는 것부터 행정에서 성차별적인 고용, 노동,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없이 구조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 행정체계 내에 성평등 추진체계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추진체계는 인적·물적 자원의 충분한 배치와 명확한 책임과 권한의 분배 등을 통해 확실하게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기성세대’들에게 익숙한 과거의 구조로는 이 변화에 응답도, 감당도, 대안도 되지 않음에도 새로 들어선 민선 7기 광주광역시는 변화는커녕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선 7기가 제안했던 조직 개편 안에는 ‘여성’은 사라졌으며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고 있음을 증명하듯이 ‘인구(인구복지국)’라는 용어가 ‘성평등’을 대신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 안은 발표되자마자 반대에 부딪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그토록 원하는 ‘일자리 경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성별 인구 현황,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적 고용 구조 개선, 실질적인 일·생활의 균형, 직장 내 성희롱 등 젠더 폭력 해결이 필수적이므로 ‘성평등 추진체계’는 반드시 ‘일자리 문화 부시장 체계’와 동반으로 가져가야 한다.

 광주광역시는 민선6기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실(여청실)’을 두고 여성정책, 젠더폭력, 청소년, 건강가정 업무를 해왔다. 행정부시장 직속임에도 불구하고 여청실은 전 부서를 관통하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데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여성단체는 ‘여성’담당 부서만으로는 강력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획실 내 ‘성평등 기획관’ 신설이나 ‘성평등위원회’를 시장 직속으로 위상을 강화해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강화하는 방향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변화 위한다면 ‘성평등’은 언제나 옳다

 성평등 추진체계는 이미 서울특별시 ‘젠더전문관’외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광역시 중 제주특별자치도, 대전광역시, 경기도가 기획실 내 ‘성인지 기획관(가칭)’을 두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타 시도가 하니 우리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성차별적 구조는 사회적 약자를 향해 또 다른 차별을 파생시키고 안전을 위협하고 좋은 일자리를 빼앗으며 결국 정신적으로까지 피폐하게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한다. 광주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라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세대교체가 되지 못한 유일한 도시이자 봉건적 인맥 관계로 연결된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미투운동과 같은 새로운 사회현상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좋은 리더는 항상 ‘먼저’ 반응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다면 ‘성평등’은 언제나 옳다.
백희정<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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