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순동이 오소리도 새끼 앞에선…

최종욱 | 2020-04-20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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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과 생존본능의 조화로움이란!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오소리가 새끼를 낳았다. 그동안 오소리를 쭉 키워오긴 했지만 통 새끼를 낳지 않았고 사실 그것에 딱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작년에야 비로소 수컷을 교체해 주었더니 드디어 기대 않던 새끼가 세 마리나 태어난 것이었다.

 비록 태어나서 처음 새끼를 가져본, 오소리 어미이건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어떻게 그렇게 새끼를 잘 키워내는 걸까?’

 오소리들은 보기에는 긴 발톱과 작은 곰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어도(실지로 사람 같은 발바닥 모양들이나 먹거리 등 살아가는 습성도 곰과 매우 유사하다) 성격은 무척 온순한 편이다.

 그래서 사람이 들어가면 한쪽 구석이나 땅속으로 숨기 바쁜데 이 어미 오소리는 새끼를 낳은 후론 사육사는 물론 수컷까지도 전혀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성질이 사납게 변해 버렸다. 아마 그 정도라면 야생에서 호랑이가 덤벼도 결코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2개월 동안을 애지중지 새끼들을 키워내면 새끼들이 자라서 스스로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첫 며칠 간 어미는 이 천방지축 새끼들을 나가자마자 물어서 다시 집으로 집어넣느라 바쁘지만 며칠이 지나면 자유로이 돌아다니도록 놓아두는데, 몇 달 후 새끼가 독립하더라도 평생 이 어미와의 애착 관계는 지속된다고 한다.

▲원숭이 출생후 2달 새끼 안내려놔

 모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바로 원숭이다. 원숭이가 처음으로 분만을 해도 출생 후 2달 동안은 단 한 번도 새끼를 바닥에 놓은 일이 없이, 꼭 안거나 업고 다닌다. 똥, 오줌도 모두 손이나 입으로 받아서 처리한다. 세상 어느 부모가 이럴 수 있을까? 이러다 새끼들이 스스로 어미 품을 비집고 나올 때야 비로소 어미도 그 고생에서 한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원숭이의 양육 기간은 거의 3년을 육박한다. 개가 40일 정도 돼지나 소는 30일 정도에 완전 이유와 독립까지 가능한 걸 보면 엄청나게 오랜 기간을 투자하는 셈이다. 이렇게 애착이 심한 동물은 억지로 서로를 떼어놓으면 가끔은 어미나 새끼 모두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최악의 경우 단식으로 일관하다 죽기까지 한다.

 사슴은 어미보다 새끼의 행동이 더 재미있다. 녹음이 짙어가는 초여름에 보통 모든 암사슴이 한꺼번에 새끼를 낳는 계절번식을 하는데 새끼는 태어나서 30분 정도면 벌떡 일어나 뛰어다닐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저녁에 낳은 새끼는 아침이 되면 어딘가 구석지로 들어가 고개를 푹 받고 숨어 있다.

 우리 전체를 샅샅이 뒤져도 쉽사리 새끼를 발견할 수가 없다. 새끼는 사람이 다가와도 마치 죽은 것처럼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순식간에 뛰쳐나간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철저한 위장술과 은폐술에 이미 능통해 있는 것이다.

침팬지.

▲개나다기러기 새끼의 보호색

 캐나다기러기 새끼의 경우는 그야말로 미운 오리새끼마냥 자기 어미들하고 완벽하게 딴 판인 모양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미들은 갈색계통의 칙칙한 색이지만 이 녀석은 완벽한 금빛 아이보리 색깔을 가지고 있다. 옆에 있는 하얀 거위가 차라리 어미라고 착각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새끼만의 독특한 상징이 필요할까? 새끼의 털 색깔은 사슴이나 멧돼지 같이, 다른 포식자에게 드러나지 않는 은폐색이 있고 이 기러기나 물범처럼 아예 확연하게 드러내는 색이 있다. 드러내는 색은 같은 종족의 집단 보호를 호소하는 색이다. 어른들은 이 색깔을 보면 자연스레 보호 본능이 발동한다. 적에게는 잘 드러날지언정 집단 보호를 받으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색맹에 가까운 사슴이나 소, 그리고 개나 고양이들은 물론 새끼들의 이런 색깔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새끼 특유의 냄새나 소리 그리고 여림과 귀여움을 가지고 집단 보호 본능을 유도한다.

 자연에서 어떤 종의 존재 이유를,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기준만으로 뭐라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동물적 이타주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모성과 새끼들의 생존본능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생물들이 살아가고 존재하는 삶 그 자체를 얼마나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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