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조대영 | 2020-04-24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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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다

 

 일본에 살고 있는 청춘들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다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추천한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의 바다 마을 하코다테에서 살아가는 세 명의 청춘들이, 동시대를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일본의 현재를 가늠해 보게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이 어떤 형국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1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면서 가계와 기업들의 파산이 본격화되었고, 대출을 늘려왔던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기업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 이는 기업의 정리해고가 속출하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한 가계의 소비둔화는 경제 활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일본은 아베가 총리가 된 이후 20년 이상 침체가 계속된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기회복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일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중소도시의 서점에서 일하는 ‘나’(에모토 다스쿠)와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의 삶 역시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늦은 귀가길. 사치코는 ‘나’의 팔을 꼬집고 도망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내 가까워지고, ‘나’는 사치코를 집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이 집은 방세를 아끼기 위해 ‘시즈오’(소메타니 쇼타)와 함께 쓰고 있다. 그렇게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의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갈등하는 삼각 로맨스가 아니다. 영화는 이들이 사랑 때문에 싸우거나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밤새 술 마시고, 대화하고, 클럽에서 춤추고, 새벽 길거리를 걷고, 당구나 다트를 즐기며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다.

 이들 청춘들은 무기력한 현실을 극복해 보겠다고 설치기보다는, 처한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꼰대들이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도전정신이나 패기와 같은 말과는 거리가 먼, 여름의 낮과 밤 그리고 새벽의 공기를 호흡하는 청춘들의 정서를 온전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동시대 청춘들의 일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 직원에게서는 비굴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한 사람들에게서는 일본의 현재 모습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답답함이다.

 그래도 영화는 세 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나’가 변화할 것을 예고한다. 영화 속의 ‘나’는 목적성 없이 살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소유욕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산다. 연애만 해도 그렇다. ‘나’는 사치코가 유부남인 점장을 만난 것도, 시즈오와 캠핑을 다녀오는 것도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쿨한 태도를 취한다. ‘나’의 이러한 태도는 일상의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서점의 책 도둑을 쫓아가지 않아 문책을 받을 때도 해고할 테면 해고하라는 식이다. 그러니까 ‘나’는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태도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을 통보할 때 쿨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연인은 떠나고 말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나’는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만 상대는 ‘나’를 다시 쳐다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목적 없이 살던 ‘나’가 사랑 때문에 변화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영화다. 또한, 큰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일본영화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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