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 영화읽기]‘스윙키즈’

조대영 | 2018-12-21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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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유연한 사고가 돋보이는 영화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중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 17만여 명이 수용되었던 곳이다. 당시 포로수용소는 공산주의를 맹종하는 급진파와 자본주의에 취해 전향의 의지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잔류파간의 초긴장 상태였다. 그러니까 한국전쟁 당시의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이념 대치가 치열했던 공간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동안의 포로수용소를 색다르게 접근한다. 그러니까 강형철 감독은 당시의 거제수용소를 춤과 노래가 있었던 공간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포로수용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댄스단 결성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이를 위해 소장은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였던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을 호출하고, 잭슨은 전쟁으로 헤어진 연인을 만나기 위해 소장의 명령을 받아들이며 댄스단 구성에 나서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댄스단의 면면이 흥미롭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하들에게마저 무시를 당하는 잭슨을 비롯해, 수용소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인 북한군 병사 로기수(도경수), 4개 국어가 가능한 소녀 가장 양판래(박혜수), 헤어진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지고자 댄스단에 합류한 강병삼(오정세), 겉보기와는 다르게 춤 실력이 빼어난 중공 포로 샤오팡(김민호 분)까지. 다섯 명의 인물들은 제각각의 개성을 뽐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니까 강형철 감독은 전쟁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춤꾼 조합을 구성해 내며 춤으로 하나 되는 우정을 상상했던 것이다. 이렇듯 감독은, 스윙키즈의 멤버들이 춤이라는 만국 공통어로 국적과 언어, 인종과 이념을 뛰어 넘어 다양성의 화합을 이루는 이야기를 구상했던 것이다.

 강형철 감독은 확실히 사고가 유연하다. 포로수용소를 춤의 무대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렇거니와, 영화 속 인물들의 춤에 동반되는 음악의 선곡에 있어서도 기염을 토하기 때문이다.

 스윙키즈 멤버들이 미군들과 춤 실력을 겨루는 장면에서 흘러 나왔던 정수라의 ‘환희’도 그렇고, 로기수와 양판래가 감정을 분출하는 교차 편집의 춤사위 장면에서 흐르는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 흘러 나왔던 베니 굿맨의 ‘싱싱싱’(Sing Sing Sing)과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 등의 음악들은 선곡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스윙키즈’는, 이들 명곡에 맞춰 짜인 출중한 안무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키고 있는 영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춤만 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윙키즈’는 이념 대립이 치열했던 한국전쟁 당시의 포로수용소라는 시공간을 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탭댄스를 추며 억눌린 흥을 폭발시키고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전쟁 중의 포로수용소임을 분명히 하며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연출한다. 그러니까 ‘스윙키즈’는 이념의 신봉이 자유를 제약하는 장애물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퍼킹 이데올로기”라는 극 중 대사는 이를 명확히 지시한다. 결국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비극의 근원인 좌우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자유를 짓밟을 권리는 없다고 강변하는 영화다.

 정리하자면, ‘스윙키즈’는 강형철 감독의 유연한 사고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엄혹한 시공간을 춤과 음악이 가득한 ‘해방공간’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좌우의 이념 대치 가운데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도 관객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을 경계하며, 눈물 쥐어짜는 신파와도 거리들 두기 때문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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