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호랭이는 외발로 간다

김찬곤 | 2018-12-19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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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7월 여름방학, 나는 광주대학교 백애송 교수와 전남 나주 다도 방산리 한적 마을로 옛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마을회관에서 한덕수(87) 어르신에게 “호랭이 이야기 하나 들려주세요.” 했다. 그랬더니 아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호자는 그전에 한나 있었는데, 밤에 늦게 가면, 밤중에 이렇게 가면은, 개울가에 불을 삘하니 쓰고. [양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려 두 눈에 붙이고] 저어기서 여기까지 훤할 정도로 불을 쓰고 있어.
 (저기까지 훤할 정도로요?)
 음. 그럼 사람 기척이 있으면 불을 끄고 어디로 가 버려. 내가 그걸 서너 번이나 겪었고. 그러니까 그것이 또 발이 외발로 가. 니 발인데 딱 외발로 가는 거여. 드든 데 또 딛고 그렇게 가. 그래서 이것이 호랭이인 줄 알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니까.
 고라니 같은 거 퇴깽이 같은 거 먹다가 놔두고 간 거 우리가 많이 봤고. 요 근래는 없어. 보이덜 안 해. 그거시.
 
 할아버지에게 ‘개호자’가 뭔지 물었더니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라 했다. 그렇다면 개호자는 호랭이 가운데서도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 알기로 개호자는 스라소니다. 나무를 잘 타는 고양이과 짐승이고, 호랑이처럼 볼수염이 있다. 몸길이는 1미터 안팎으로, 호랑이나 표범보다는 작고 삵보다는 크다. 몸빛은 누런데, 반점이 있어 멀리서 보면 꼭 호랑이 새끼처럼 보인다. 주로 새벽녘에 활동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집짐승을 잡아먹지 않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한덕수 할아버지가 개호자를,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호랭이”이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호자’에서 ‘개’는 ‘가짜’ ‘헛’을 뜻하고, 풀이하자면 ‘가짜 호랑이’쯤 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스라소니를 ‘개갈가지’, ‘개호지’, ‘개호랑이’이라 한다. 나주 ‘들판’ 어르신들이 어렸을 적에 봤던 호랭이는 사실 스라소니였던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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