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단·복수를 구별해 쓰기는 했지만

김찬곤 | 2018-12-10 06:05:01

원래대로크게보기


 나는 학생들에게 우리 낱말은 서양 문법에서 말하는 ‘수 범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렇게 쓰지 않는 것이 우리말법으로도 옳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 다음 학생들이 쓴 글을 소리 내서 읽게 했고, 소리 내서 읽을 때 없어도 될 말을 찾아보라 했다. 그랬더니 모두 단박에 ‘들’을 찾아냈다. 의식적으로 단·복수를 구별해서 쓰기는 했지만, 실상 소리 내서 읽었을 때는 별 의미가 없는 구별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한 것이다.

 복수접미사 ‘-들’은 중·고등학교 때 영어 지문을 해석하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이와 더불어 다른 과목 ‘한글 지문’에서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아래 보기글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 있는 구절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자기도 모르게 종종 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곡이 너무 뻔해서 예측하기 쉬우면 재미가 없고 졸리며, 반대로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전개되면 짜증이 난다.
 자장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잘 자라 우리 아가 / 앞뜰과 뒷동산에 / 새들도 아기 양도 / 다들 자-는데” 이 곡은 음들이 계단처럼 순차적으로 변한다. 음들이 바로 다음 높이의 음들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들으면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재미가 없어지면서 졸리게 되는 것이다.
 헤비메탈의 경우엔 이와 반대다. 아주 높은 괴성의 음들이 들쑥날쑥 전개되는 헤비메탈의 음악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대개의 경우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헤비메탈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통쾌함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이 즐겨 듣는 곡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개 여러 번 들어서 음의 전개와 멜로디가 귀에 충분히 익었을 때다.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동아시아, 2010) 105∼106쪽
 
 정재승은 이 책에서 복수접미사 ‘-들’을 셀 수 없이 많이 쓴다. 머리말 두 구절에 ‘-들’이 다섯 번이나 쓰였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 Copyrights ⓒ 광주드림&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보기


댓글 0 |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