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집합(collection)과 일체(one-ness)

김찬곤 | 2018-12-05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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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광주대학교 1학년 학생들 글을 살펴봤다. 글의 주제는 ‘잊히지 않는 이야기’이고, 글 량은 평균 에이포(A4) 한 장 반이다. 200자 원고지로는 13장쯤 된다. 653명이 낸 글에서 복수접미사 ‘-들’을 쓴 학생은 281명(43%)이고, ‘-들’이 쓰인 횟수는 총 638회였다. 학생 281명이 ‘-들’을 평균 2.3회 썼다고 할 수 있다.

 복수접미사 ‘-들’을 쓴 학생 글 가운데 한 학생당 쓰인 횟수는 다음과 같다. 1회(135명), 2회(65명), 3회(33명), 4회(18명), 5회(13명), 6회(7명), 7회(3명), 8회(0명), 9회(3명), 10회(2명), 11회(1명), 12회(0명), 13회(1명). 여기서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학생들이 쓴 복수접미사 ‘-들’을 모두 다 통계에 넣은 것은 아니다. 프랑시스 잠의 〈진실로 소중한 일은……(Ce sont les Travaux……)〉에서 ‘아이들’ 같은 표현은 통계에 잡지 않고, ‘이삭들(les epis)’, ‘달걀들(les oeufs) 같은 표현만 문제 삼았다. 그런 보기를 아래에 들어본다.
 
 가.
 어느 날 평소처럼 만화책을 빌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한 정거장 정도 지나니 한 할머니가 귀여운 노란색 병아리들을 팔고 계셨습니다. 병아리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아냐, 분명 다른 친구들이 키운 병아리들은 이틀 만에 죽었잖아! 그러니 병아리는 다음에 사고 만화책을 빌리자!’ 하며 만화책 방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만화책을 고르는 동안에도 병아리들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결국, 그날은 만화책 보기를 포기하고 병아리들을 샀습니다. 두 마리에 600원, 사료 하나에 400원으로.
 
 나.
 나는 어렸을 적 할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이해가 안 가는 단어들을 쓰시곤 하셨다. 그 말들은 일본어들이었다. (……) 가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했던 그 시절의 참상을 알 수 있다. 마음의 고통들이 정말 얼마나 심하실지…….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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