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우리말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관계사절 문장

김찬곤 | 2018-11-07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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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관계사절을 쓴 문장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항공사에 전화를 해서 기상 상태를 확인했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그래서 아침이 되자마자 항공사에 전화를 해 기상 상태를 확인했다.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나는 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간 지 꽤 된 상태였다.
 →나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 그런데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간 지 꽤 지난 상태였다.
 
 여기서 ‘-의’와 ‘-들’은 지우면 깨끗한 우리말이 된다. ‘한 잔의 아메리카노’ 같은 표현은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면 되고, 과거를 두 번 겹쳐 쓰는 완료 시제 ‘었었’은 ‘었’으로 고치면 ‘소리’ 내서 읽기에 아주 편한 구문이 된다.

 그런데 관계사절을 쓴 문장은 간단하지 않다. 선행사(‘나는’)를 가장 앞으로 하여 주어로 삼고,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나누어야 비로소 깨끗한 우리 말법이 된다. 이런 구문은 우리 말법을 아주 뒤죽박죽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구문이 아닌가 싶다. 또 이런 구문은 대개 비문이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대학생 글에 이런 구문이 유독 많이 보이는데, 그만큼 영어 말법의 영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14년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광주대학교 1학년 학생들 글을 살펴봤다. 글의 주제는 ‘잊히지 않는 이야기’이고, 글 양은 평균 에이포(A4) 한 장 반(200자 원고지 13장쯤)이다. 총 653명이 낸 글에서 관계사절을 쓴 학생이 211명(32%)이고, 쓰인 횟수는 총 404회이다. 211명이 한 글에서 평균 1.9회 썼다고 할 수 있다.

 아래 시는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1868~1938)이 쓴 ‘진실로 소중한 일은……(Ce sont les Travaux……)’이다. 이 시는 프랑시스 잠의 시집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곽광수 옮김, 2014: 114-117)에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로 번역되어 있으나, 제목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거리가 멀어 달리 옮겨 보았다. 잠은 이 시에서,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진실로 소중한 일은 큰 건물을 올리고 우주선을 만드는, 그런 엄청나고 거대한 일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지만 내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또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누리며 하는 일이야말로 진실로 소중한 일이라고 노래한다. 다시 말해 잠은 이 시에서 ‘사람이 하는 위대한 일’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진정으로 소중한 일’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영역에서도 보통 ‘The Truly Great Works of Man’으로 옮기고 있다. 곽광수는 행을 너무 많이 갈이 했는데, 이 또한 잠의 시행을 따라 간결하게 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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