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대학생 글에 보이는 영어 말법 몇 가지

김찬곤 | 2018-11-05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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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들, 한 잔의 아메리카노, 과거 시제 ‘었었’
 학기마다 글쓰기 과정으로 학생들에게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쓰게 하고 있다. 이 수업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보고, 듣고, 했던) 일 가운데서 가슴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일을 붙잡아 쓰는 것이다. 수업의 목적은 다른 누구의 삶도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삶을 쓰게 해 맺힌 것을 풀게 하는 데 있다.

 잊히지 않는 이야기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일을 쓰기 때문에 온전히 자기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의 특징은 머리로 ‘지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었던 일과 그 느낌을 ‘말하는’ 글이다. 더구나 글 전체의 주어가 ‘나는’ ‘내가’가 되므로 자연히 ‘글말’보다는 ‘입말’에 가까운 글이 된다. 그래서 전공 보고서 글과 달리 서양 말법이 더 적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양 말법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다섯 가지를 들어 보겠다.
 
 〈가〉 영어 전치사 ‘of’의 영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2학기 중간고사의 시험기간이 되었습니다.(→중간고사)
 ·중학교 시절의 전 그야말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사춘기 소녀였습니다.(→시절)
 ·아름드리나무가 뽑혀 나갈 정도의 강한 태풍이 왔습니다.(→정도로)
 
 〈나〉 영어의 복수형 꼴 ‘-들’
 ·제가 어릴 때 이런 일들을 겪고 그래서인지 어려운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보는 게 생겼던 거 같습니다.(→일을, 일을)
 ·할머니 과수원에는 귤들이 노랗게 익어 있었습니다.(→귤이)
 
 〈다〉 ‘a cup of coffee’ 같은 표현
 ·그러자 할아버지는 한 장의 사진을 내게 내밀었다.(→사진 한 장을)
 ·자동차를 대여하기 전 차 옆쪽의 몇 개의 흠집이 있는 게 생각났다.(→차 앞쪽에 흠집이 몇 개)
 
 〈라〉 과거 시제 ‘었었’
 ·저에게는 두 살 어린 동생이 있었고 맨날 무언가를 나눠 먹어야 했었습니다.(→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겪었었던 이야기인 것 같다. 날씨가 매우 더워서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계곡으로 갔었다.(→겪었던, 갔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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