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어르신, 전화 잘못 거셨어요!

김찬곤 | 2018-10-29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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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모르는 전화를 받았다. ‘061’로 시작하는 번호였는데, 목포 신안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으응, 잘 있었어요?”
 (할머니 전화였다.)

 “…….”

 “잘 있었어요?”

 나는 할머니가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아 또박또박 대답했다.

 “할머니, 할머니가 전화를 잘못 하셨어요.”

 그랬더니 냅다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나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잘못했다고 일러주고는 이런 대답을 내심 기다렸다.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전화를 뚝 끊어버리니까 기분이 정말, 정말 안 좋았다. 사람들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요즘 어르신들 전화를 자주 받는다. 그도 아침 일찍 여덟 시쯤에 걸려온다. 그때마다 “어르신, 어르신이 전화를 잘못하셨어요.” 하지만 한 번도 “미안합니다.”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냥 뚝 끊어 버린다. 아,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할머니 전화번호를 불러와 상세정보를 눌러 보았다. 할머니는 그전에도 내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아 그때 그 할머니구나.’

 그때 나는 서울에 강의가 있어 새벽차를 타고 올라갔다. 강남 터미널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러 갈 때쯤 받은 것 같다. 그때도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나예요.” 했다. 나는 그때도 “어르신, 어르신이 전화를 잘못하셨어요.” 했다. 그날도 할머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날 나는 하루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데이트 전화를 한 듯싶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뭐 어쨌다고 전화를 뚝 끊어 버리냐, 이 말이다. 나는 그 다음 날 동료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조단조단 들려주었다.

 “선생님, 참 이상해요.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죠. 어제 일인데도 지금까지 기분이 나빠 죽겠어요.”

 그 선생님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한 마디 했다.

 “젤러시구먼!”

 정말 질투였을까. 어르신들의 데이트 전화에 질투가 동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워낙 새가슴이라 연애는 상상 속에서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나저나 전화번호를 바꾸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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