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치맛단 아래로 보이는 발이 없다면

김찬곤 | 2018-07-11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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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시종. 높이 17.2, 15.4cm. 경주시 용강동 석실 무덤에서 나옴. 왼쪽은 주인이고 오른쪽은 시종이다. 둘 다 가슴이 네모지게 파인 표의(원피스)를 입었다. 그런데 주인은 표의 위에 오늘날 숄 같은 ‘표’를 걸쳤다. 옷소매 부리도 시종보다 넓다. 둘 다 머리 모양은 정수리 위로 쪽을 졌다. ⓒ문화재연구소

 (지난 호에 이어서 씁니다)

 〈사진2〉는 조선 후기 혜원(蕙園) 신윤복(1758~?)이 그린 ‘미인도’이다. 조선 후기 화류계의 한 기생이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여인은 우선 치마끈 매듭을 풀어 답답한 배를 숨쉬기 편하게 한 다음 저고리를 벗으려고 옷고름을 풀고 있다. 눈을 아래로 해서 치마 밑단을 보면, 왼 버선발을 살짝 내놓았다. 만약 이 왼 버선발을 안 그렸다면 이 그림 아랫부분은 그야말로 펑퍼짐한 치마뿐이었을 것이다. 이 여인의 무게중심은 오른발이 분명하지만 그림에서는 이 왼 버선발이 여인네 몸의 중심을 딱 잡아 주고 있다.

 〈사진3〉은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다. 멜로스섬(밀로스섬 또는 밀로섬이라고도 한다) 아프로디테 신전 가까이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멜로스의 아프로디테(Aphrodite of Melos)’라고도 한다. 척 보면 얼굴과 턱이 갸름하지 않고 허리도 잘록하지 않다. 그리스 말기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이 여인은 위아래가 하나로 된 휘장옷을 걸쳤는데, 웃통을 벗어 아래로 흘러내려 골반과 엉덩이에 걸쳤다. 이 여인상 또한 치맛단 아래를 보아야 한다. 비너스는 오른발을 살짝 내놓았는데, 보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 있다. 이 여인상의 무게중심인 것이다.
세 여인의 치맛단 아래 발. 만약 위 세 여인 치맛단 아래로 내보이는 발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답답하고 균형 없는, 그야말로 어정쩡한 느낌이 들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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