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안치환의 ‘편지’에 얽힌 이야기1

김찬곤 | 2018-07-04 06:05:01

원래대로크게보기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사업회는 해마다 윤동주 시 작곡 경연대회를 연다. 윤동주 시에 곡을 붙여 참가하는 대회다. 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 가면 지금까지 수상한 작품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금상란이 비어 있고, “해당 컨텐츠는 기념사업회 사정으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라고 씌여 있다. 이렇게 된 사정이 있다. 사실 이 해 금상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작품(‘편지’)이 나중에 알고 보니 윤동주 시에 붙인 노래가 아니었던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안치환이 그의 4.5집 ‘Nostalgia’(1997)에 수록한 노래 ‘편지’와 관련이 있다.

 안치환의 노래 ‘편지’는 ‘윤동주의 시 편지’에 고승하(71, 전 민예총 이사장)가 곡을 붙인 노래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은 이렇다.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유튜브에서 ‘안치환의 편지’를 검색하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안치환은 오직 기타 반주 하나에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편이다. 그는 가냘프고 애잔하게, 애처롭고 애틋하게, 한없이 구슬프게 부른다. 체념을, 그러면서도 이심전심을 바란다. 그립게, 죽도록 그립게 부른다.

 그런데 이 노랫말은 윤동주의 시 ‘편지’가 아니다. 고승하의 기억에 따르면 그 사연은 이렇다. 이 노래는 1985년 그가 마산여상 음악교사로 있을 때 작곡한 노래다. 고승하는 한 학생의 공책 표지에 ‘윤동주 시 편지’라고 써 있어 윤동주 시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쉬는 시간 5분 만에 교무실에서 곡을 붙이고 바로 그 다음 음악 시간에 학생들과 같이 불렀다. 학생들은 졸업한 뒤 안치환의 ‘편지’를 듣고 연락을 해 왔다.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이 노래를 가장 먼저 불렀다고. 위 노랫말에서 2연 “긴 긴”과 “진정”, 3연 “긴 긴”과 “행여”는 고승하가 더한 말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 Copyrights ⓒ 광주드림&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보기


댓글 0 |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