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의 말과 세상]한 뼘도 되지 않아 ‘앉은뱅이꽃’

김찬곤 | 2018-05-14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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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과 이원수의 ‘제비꽃’ 시2
 제비꽃은 다 자라도 어른 손으로 한 뼘도 되지 않아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제비꽃이 한창 꽃을 피워도 마음 써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시 제목을 아주 ‘앉은뱅이꽃’이라 하여 쓴 시도 있다. 경남 마산의 이원수(1911∼1981)가 쓴 시다. 이원수는 1939년 12월, 봄을 기다리면서도, 봄이 되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 동무 순이’를 노래한다.
 
 나물 캐러 들에 나온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땁니다.
 
 앉은뱅이꽃,
 마른 잔디 속에 앉은뱅이꽃
 벌써 무슨 봄이라고
 꽃이 피었나.
 
 봄 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제비꽃 앉은뱅이꽃은 보통 음력 삼짇날(삼월 초사흗날)쯤에 꽃을 피운다. 그런데 2017년에 윤달이 끼어 올해는 20일 가량 날짜가 뒤로 뒤쳐졌다. 그래서 양력으로 5월 8일쯤에는 활짝 핀 제비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양지 바른 곳을 잘 살펴보면 제비꽃이 간간히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베로키오의 ‘제비꽃을 안은 여인’. 기독교에서 제비꽃은 장미, 백합과 더불어 성모님께 바치는 성실과 겸손의 꽃이다. 1476년. 이탈리라 피렌체 바르젤로국립미술관.

 위 시에서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딴다. 나물은 보통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캔다. 그런데 이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마른 풀 사이에서 제비꽃을 볼 수 있다. 내 동무 순이는 봄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아마 부잣집 식모로 가거나 도시로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다. 아니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갈 것이다. 이 시에서 앉은뱅이꽃은 봄과 제비를 맞이하는 ‘기다림’의 꽃이라기보다는 ‘이별’의 꽃이 되어 있다. 백창우는 이 시에 곡을 붙였는데, 참으로 구슬프게 잘 지었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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