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맛집]동구 예술길 ‘밀樂園’ 된장찌개

장원익 | 2016-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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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된장 우려내고 두부는 큼직큼직


 얼마 전, ‘막걸리 일행’을 따라 예술의 거리로 나왔다. 문화가 있는 날, 음식과 예술을 설파한 차(茶)선생은 뒤풀이로 그 곳으로 가자고 했다. 초로의 한 무리가 반 지하로 내려갔다. 진주목걸이를 목에 멘 수라간 상궁(?) 이 밑반찬을 내온다. 술청의 주전자가 채워지고, 주도를 넘나드는 유쾌한 너스레가 오고간다. 부지불식간에 주객이 전도되는 유쾌한 상황을 경험한다. 한여름의 초입을 가뿐히 넘어선 훈훈한 기억을 따라 쥔장의 내력을 찾고자 다시 들르게 되었다.

 밀락원은 예술의 거리에 있는 광주아트샵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상계갤러리 입구에 서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 양쪽 벽을 따라 오색으로 입혀진 나무와 꽃들이 뭉실뭉실히 피어오르고 있다. 반듯하고 정갈한 음식마당에는 각양각색의 좌식 테이블이 짜임새 있게 자리하고 있다. 팬플루트 소리가 흘러나오는 실내는 여느 갤러리에 못지않은 예술작품으로 그득하다.

 곱고 화사한 능소화를 빼닮은 쥔장이 다가왔다. 쥔장의 얼굴을 한 번 익힌 터라 단도직입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묻기로 했다

 “상호가 재미지네요. 유희적이오만, 몇 년이나 되였다요?”

 “십팔~년이요. 밀락원이라는 상호를 걸고 장사를 한 지는 아마 25~6년 될거요. 처음주인이 목포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인데, 장성 황룡에서 할머니가 댄 청주를 썼고, 안주로는 우리 밀을 사용해서 밀樂園이라는 상호를 썼다요. 맘에 들어 계속해서 쓰고 있소”

 “그나저나 초창기 이런 저런 손님들로 꿰나 힘들었지 싶으요.”

 “글씨, 그렸을 것 같제. 아니여라, 당시 내가 뭔가를 하고 있는가를 확실히 알았지라. 귀중한 시간 내, 만난 거 먹으러 온 손님들 입장으로 생각하면 아무튼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제. 첨엔 힘들어도 차츰 내성이 생기지. 예전에 가깝게 지낸 동무가 “야야, 니는 오천원짜리 밥 한 그릇 팔려고 이 고생이다냐? 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나네. 속으로 곱씹으며 그랬지. 그런 쓰잘머리 없는 소리 허덜 말거라. 집구석에서 밥주걱이나 깝죽대는 것들이 뭘 안 다냐? 시방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내 좋아서 하는 일이제. 돈만 생각했음 애당초 시작도 안혔다.”

 불그스레한 소반에 얹힌 밑반찬이 가죽나무 테이블에 하나둘씩 놓여진다. 가지나물, 오이무침, 신김치, 무말랭이, 콩자반, 감자볶음, 깻잎절임이 깔끔한 그릇과 잘 어울린다. 시원스런 대접에 담긴 된장찌개는 맞춤 된장으로 우려낸 국물과 큼직한 두부, 둥그런 감자, 고명으로 올린 부추와 호박으로 푸짐하게 보인다. 고슬고슬한 쌀 밥 한 숟가락에 제대로 어울리는 신 김치를 언제 맛보았던가? 어렸을 적, 엄니가 해줬던 맛에 대한 기억이 손끝으로 전해진다는 쥔장의 말은 반찬 한 가지라도 정성을 다해 냈던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눈썰미며, 손님대하는 품이 퍽이나 정감이 가요만.”

 “십여년 전만해도 용모 방정하고 스타일리시한 차림새가 한 몫 톡톡히 혔지. 식당 안을 예쁜 여우가 왔다리 갔다리 마구 휘젓고 다녔제. 정신이 없어. 한 번 볼라치면 반해불고, 두 번 보면 가까이 하고 싶다는 인간들이 일렬종대로 나라비 섰으니. 말도 마소. 하하하… 아이고, 오늘따라 달착지근허니 목구녕을 쪼아대는 시금털털한 맛이 그만이네 그려”

 “요즘은 어떠신가요? 예전만큼 손님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라남도 도청이 있었던 시절에는 줄을 섰지. 점심을 찾는 손님들이 세 번은 갈렸으니. 당시 예술의 거리 건물 지하에는 식당과 찻집들로 호황을 누렸던 시절이었지. 지금은 반 지하에서 그런대로 꿋꿋이 해내고 있는 식당은 여기밖에 없네. 예나 지금이나 손님을 대하는 자세는 변함이 없지. 기본 식단메뉴에 충실해야 돼. 쥔장의 용모나 처신에 따라 손님들의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져. 음식을 낼 때는 항시 조신한 마음으로 손님 눈높이에 맞춰 공손하게 다가서지. 살뜰한 관심과 붙임성 있는 말 한마디도 곁들여서 말이지.”

 붉은 동백꽃 아래로 뭉툭한 수세미가 걸려있다. 웃자고, 그래 춤추자고, 즐겁게 살자는 의미를 담은 문자도(?) 는 쥔장의 심성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동전 전화기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식당 문 앞 돼지밥그릇에는 수국이 흐느적거린다.

 ▶ 차림 : 점심메뉴로 된장찌개 7,000원

 술안주로 두부김치 15,000원, 파전 12,000원, 황태찜 18,000원

 막걸리 3,000원, 기타 소주 맥주 등

 ▶ 주소 : 광주 동구 예술길 24(궁동52-2)

 ▶ 연락처 : 062)225-2679

 미리예약을 하시면 대접을 받습니다. 토·일은 쉽니다.

글·사진=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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