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동물 세계 일상화된 공유·공생

최종욱 | 2019-06-17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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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딱다구리 거처의 수많은 용처
 ‘우버’다 ‘에이비엔비’다 ‘타다’다 뭐다, 공유경제·공유사회가 언젠가부터 인간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초 공유란 개념은 서로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니고 공동사회처럼 무상으로 서로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구례의 운조루의 ‘타인능해’가 새겨진 뒤주처럼, 어려울 때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와서 쌀 한 줌을 가지고 가게 하는 것, 멀리서 오는 벗을 위해 일부러 사랑채를 비워놓은 것, 식구들은 굶을지언정 멀리서 온 손님에게 식사 한 끼를 제공하는 것 등이 우리 사회의 오랜 공유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개인의 기부 활동이나 지자체에서 하는 공동 자전거 무상사용서비스, 도서관이나 공원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대가없이 주면 저절로 생기는 이득
 
 그리고 이 공유는 자연에 대입하면 생물들의 공생과도 거의 비슷하다. 늘 오랫동안 주변에 있어 왔던 건데 인간사회에서 변질되었다가 겨우 그 개념을 다시 붙든 거에 지나지 않는다. 오동나무는 부드러워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뚫기 쉽다. 딱따구리가 구멍을 뚫어 벌레잡이 임무를 마치면 하늘다람쥐가 그 구멍을 조금 다듬어 양육처가 된다. 하늘다람쥐가 새끼를 다 키우면 후투티가 다시 새끼를 키우려고 그 구멍을 차지한다. 그 구멍은 오동나무가 쓰러질 때까지 누군가의 소유도 아닌 필요한 누구나가 쓸 수 있는 공유물이 된다. 까치가 최초로 지은 튼튼한 둥지는 새끼가 2~3개월 후에 부화하여 독립하면 미련 없이 떠나고 다시 청솔모의 둥지가 되거나 졸음 쉼터마냥 지나가는 새들의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된다. 말벌이 봄 여름내 몸을 바쳐 만들어 놓은 거대한 공동주거지인 말벌 집은, 그들이 모두 사라진 겨울에는 작은 새들의 유용한 겨울나기 둥지가 되기도 한다. 땅파기 대장 오소리가 여기저기 부지런히 파놓은 굴은 너구리·뱀·다람쥐들의 집이나 겨울잠을 위한 포근한 잠자리가 된다. 물론 홀로 쓰이다 버림받기도 하지만 자연은 최초 누가 만든 것이든 이용할 수 있으면 최대한 누구든 필요한 이가 널리 이용하게 하고 아무도 소유권이나 권리 따위를 주장하지 않게 한다.

 하마나 악어 등 위엔 소등쪼기새가 무임승차하고 다닌다. 그들은 그 위에서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볍게 이동한다. 그렇다고 밑에 하마가 택시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원래 자연은 대가없이 일단 주고 보는 거지 주고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서로에게 저절로 이득이 생긴다. 악어도 이에 붙은 찌꺼기를 이들 새들이 날아와 날마다 청소해 준다. 값비싼 치과 치료를 무료로 받는 것이다. 고래의 배에는 수천마리 빨판상어가 붙어 럭셔리한 세계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 말미잘과 흰동가리, 개미와 진딧물도 서로 함께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저절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유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물원의 사슴과 낙타털은 까치나 까마귀 집의 부드러운 깔판재료로 유용하게 쓰인다. 그렇다고 까치끼리 그걸 차지하려고 사슴 등위에서 마구 싸움을 벌이지도 않는다. 있으면 나누고 없으면 다른 대안을 찾으면 그뿐이다. 한번 이렇게 우연히 형성된 경제권은 세대가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 진다. 사기당할 일도 없고 코 베어갈 일도 없는 자연에선 주고받는 무료 관계가 유료보다 훨씬 지속력이나 결속력이 강한 것이 된다.

 
▲‘자율속에 절제’ 이상적인 모델
 
 사자가 남긴 먹이는 하이에나가 먹고 하이에나가 남긴 먹이는 독수리가 마무리한다. 뼈 조각이나 찌꺼기조차도 온갖 곤충과 미생물이 나타나 삽시간에 먹어치운다. 사바나에선 동물장의사들마저도 인간사회보다 훨씬 분업화된 공유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사바나는 언제나 클린하다. 그리고 누구도 죽은 후에 돈 없다고 어떻게 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곰은 겨울에 고목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뱀은 땅굴 속으로 들어간다. 자연은 언제나 그들에게 무상의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편하고 공짜라고 무분별하게 이용하거나 무분별하게 공간을 독차지하지 않는다. 자율 속에 절제가 있다. 어쩌면 인간에게도 가장 이상적인 사회모델일 것이다. 생태계 자체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공유경제의 이상적인 모델이니 공유란 개념은 원래 있던 것을 새로이 발견해낸 것뿐이다. 빈익빈 부익부 그런 게 아니라 조용한 시냇물처럼 위로부터 공유물이 차례로 흘러내리고 아래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수 만년이 지나도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같은 튼튼한 공유문화를 자연은 이미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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