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 영화읽기]알라딘

조대영 | 2019-06-14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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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시대정신을 담고자…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디즈니는 그간 수많은 작품과 캐릭터들로 사랑받았다. 그런 디즈니가 자신들이 일궈온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이야기와 캐릭터를 실사영화로 만들었을 때 장점이 많고,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을 현재의 기술력으로 되살려 낼 수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정글북’(2016)은 ‘디지털 정글’을 완벽하게 구현해 관객들을 만났고, ‘미녀와 야수’(2017) 역시 원작의 감동을 되살려내며 최고의 황홀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두 작품은 실사화 과정에서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들의 실사 영화화는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지난 3월 ‘덤보’가 개봉했고, ‘알라딘’은 현재 상영 중에 있으며, 오는 7월 ‘라이언킹’이 개봉하는 것이다.

 ‘알라딘’의 줄거리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머나먼 사막 속 아그라바 왕국의 좀도둑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마법사 자파(마르완 켄자리)의 의뢰로 마법 램프를 찾으러 떠나고, 우여곡절 끝에 요술 램프를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1000년 동안 램프 안에 갇혀 있었던 지니(윌 스미스)가 등장해 소원을 들어주게 되고, 알라딘은 왕자로 변신해 자스민(나오미 스콧)공주와 결혼하고 싶다는 첫 번째 소원을 말하게 된다.

 이렇듯 줄거리는 엇비슷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던 1993년과 실사영화가 개봉한 2019년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 최근 할리우드는 여성이나 흑인 그리고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영화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마블 역사상 첫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블랙 팬서’가 나올 수 있었고, 우주선을 옮길 만한 힘을 가진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캡틴 마블’이 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작품들은 흥행에서도 성공하며 ‘시대’를 반영하는 영웅들이 계속해서 출현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영화 ‘알라딘’ 중.

 ‘알라딘’역시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알라딘’의 주요 인물 중 자스민 캐릭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스민 공주는 원작에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더 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스민은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신경 쓰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의 삶을 누구보다 위한다. 그리고 아버지 술탄(나비드 네가반)이 훌륭한 왕자를 사위로 삼아 왕위를 물려주려 하지만, 자스민은 스스로 왕국의 지도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램프를 뺏은 자파가 왕궁을 쥐락펴락할 때, 자스민은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부르며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힘주어 노래한다. “절대 난 무너지지 않아 내 입을 막고 나를 막아보시지” “나를 막을 수는 없을 거야 나는 절대로 침묵하지 않을 거야” “입 다물고 살진 않겠어 나는 침묵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겨울왕국’의 엘사가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르며 자신이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임을 선언했듯이, ‘알라딘’의 자스민 역시 자신은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스민은 여자라는 이유로 왕위 계승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던 과거와 단절한다. 아버지 술탄은 고난에 맞서고 기지를 발휘한 자스민에게 “네 용기와 힘을 봤단다. 네가 아그라바의 미래야. 이제 네가 술탄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디즈니는 자신들의 새로운 영화에서 여성지도자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 100년의 역사는 공주들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초창기 화려한 드레스와 아름다운 외모를 뽐내기는 했지만 수동적, 의존적이었던 공주들은, 1990년대 만들어진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3)에서 지적이면서도 당당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에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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