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꼬집기]제도와 사람 사이, 광주교육의 연목구어

김동혁 | 2018-04-02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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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복잡해졌다. 복잡해진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이 학교에 부여되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정도로 단순했던 학교 구성원은 교사, 학생, 행정직 공무원, 기능직 공무원, 조리종사원, 방과후학교 강사, 방과후학교 전담인력, 학교안전지키미, 원어민 강사, 체육전담강사, 유치원시간제기간제강사, 영양사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그에 따라 학교는 교사노조, 공무원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청소년단체, 학부모단체, 교육관련 시민단체 등 등 다양한 결사체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만큼 학교운영에 있어 각종 협의회, 공청회, 토론회, 공론화위원회 등 등 의사소통제도들이 중요해졌다. 서구의 다양한 제도와 경험사례들이 도입되었다. 교육청과 노조,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무수히 많은 협의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그런데 광주지역에서 열리는 상당 수 토론회를 가보면 참가자들이 자기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그런 형태로 진행되기 일쑤다. 민주적 의사소통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필자 또한 협의회, 토론회가 그렇게 되는데 일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해진 사회…의사소통 제도들도 넘쳐

 많은 고민과 회의에 젖어있던 어느 날 일상으로부터 문득 다가온 두 장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 하나를 잡은 것 같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해보고 싶다.

 장면 하나.

 지난 일요일 아들 ‘○○’를 데리고 전남대를 다녀왔다. ○○ 인생 첫 전남대 방문이었다. 첫 방문에서 느낀 건 그렇게 평온하게만 느껴졌던 전남대 교정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대운동장 트랙 바깥 아스팔트길로 유모차를 밀며 가는 동안 ‘공’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격정적으로 뛰다 속도조절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부딪힐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 걱정 피해 용지 둘레 길을 걸으려 하자 이번에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주차된 차들로 인해 행여 나와 ○○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받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보도블록 위로 올라갔으나 그곳은 너무 울퉁불퉁 그리고 요철이 심해 아기가 금방 울었다. 카페나 건물 입구는 담배 피는 이들로 점령, 계단은 히말라야처럼 버티고 있었다.

 평소 그렇게 평온하게 보였던 전남대 교정이 유모차를 탄 ○○와 ○○를 보살피던 나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나들이를 하고 난 뒤 패럴림픽 재방송을 보던 나의 동반자가 나에게 한 마디 하였다. ‘우리가 그동안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 정말 나는 많은 것을 못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장면 둘.

 ‘스펙옵스: 더라인’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는 미군특수부대 대위가 되어 부하 둘과 함께 사막작전지역으로 파견되어 내전을 종식시키기위한 명분으로 지시되는 각종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 주어지는 미션을 클리어하며 성취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챕터 마지막 미션으로 작전지역에 백린탄을 터뜨리는 명령이 주어진다.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제공하는 게임에 몰입하여 아무런 의심없이 백린탄을 던지는 명령을 수행한다. 작전 성공이후 게임은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사이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백린탄을 던진 결과로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당신의 행위로 인해 끔찍한 고통속에 죽었음을 무미건조하게 리포팅 해준다. 플레이어는 이제껏 자신이 즐겼던 폭력과 폭력에 따라 주어진 성취감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낳을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폭력을 다루는 게임이면서도 플레이어는 폭력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

▲제도만 보지 말 것, 참여자 개개인에 주목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미션을 주고 미션을 클리어 할 때마다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게임을 진행하고 미션을 반복수행 할수록 질서가 주는 안정감, 보상에 따른 성취감에 젖어들게 된다. 그렇게 플레이어가 만족스러움에 가득 찰 시점이 될 때, 이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미션수행으로 인한 결과를 보여주고 그 모든 것이 당신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야기해준다. 플레이어는 무비판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던 자신의 행위들이 끔찍한 고통과 파괴를 가져오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폭력을 다루되 폭력을 결코 즐길 수 없게 하는 게임인 것이다.

 게임을 하며 기성 사회체제가 주는 안정감과 성취감에만 안주할 때 체제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들, 체제 안에서 체제유지를 위해 이용되고 희생되는 존재들의 아픔이 감춰지고, 방치되며,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두 장면을 접하며 필자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제도만을 고민했다. 제도에만 천착했다. 제도만이 아니라 제도에 참여하던 개개인들의 관점 또한 중요했던 것이다. 나에게 편안했던, 내가 꿈꾸고자 하는 목표들이 타자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관점을 성찰할 수 있는 훈련 또한 중요한 것임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어리석음이 광주교육을 다루는 많은 협의회, 토론회 등에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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