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갈취·연구비 유용·저작물 도용…교수갑질 제보 봇물

황해윤 nabi@gjdream.com | 2019-01-22 17: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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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119’ 2주만에 168명 가입

#대학원생 A씨는 작년 가을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도 인권 전담 기구가 있는지, 없다면 근시일 내에 설치할 계획이 있는지를 대학본부에 문의했다. 타 대학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선포되었거나 인권센터가 생길 예정이라는 기사를 봤기 때문. 대학본부는 A씨의 단순한 문의를 지도교수에게 전달했고, 지도교수는 그에게 “자퇴를 하는 것이 낫겠다”며 자퇴를 종용했다. 자퇴를 거절한 A씨는 이후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학습과 교육과정에서 배제됐고, 적절한 논문지도 역시 받지 못했다. 결국 그의 졸업은 한 학기 미뤄졌다.

지난 7일 노동 전문가들의 모임인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결성한 ‘대학원생119’에 대학원생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원생119’는 22일, 지난 2주 동안 대학원생들로부터 들어온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2주간 ‘대학원생119’의 가입자는 168명까지 늘었다는 설명이다.

제보 내용은 △대학원생 기본권 및 학습권 침해 △논문지도를 빌미로 한 금품 갈취 △학생연구원(대학원생) 인건비 페이백 및 연구비 유용 △교수에 의한 대학원생 연구 저작물 도용 등 다양했다.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온 사례도 있었다. 모 교수는 스승의 날이나 명절, 더 나아가 매번 논문지도로 대학원생이 연구실을 방문할 때마다 작게는 고급 다과부터 크게는 상당 금액의 건강보조식품과 상품권을 요구했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는 날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내색을 했고, “내가 요새 돈 나갈 데가 많아서 형편이 어렵다”며 부담을 주었다. 대학원생 B씨는 이런 사실을 대학에 알렸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지도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월급 통장 및 카드를 걷어가 연구비 입찰을 위한 리베이트, 실험실 비품 및 지인들 선물로 사용했고, 대학원생들은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절반도 받지 못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대학원생119’는 “교수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비리의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면서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연구비 갈취-자녀숙제 갑질 교수의 비위 행위는 최소 15년 이상 계속되어 왔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은 갑질과 비리 문제를 방치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교수가 진학, 학위, 진로 등 대학원의 인생을 결정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리 제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원생 신원을 보호하면서 익명 제보를 통해 기습적인 감사, 무기명 설문조사 등을 벌였다면 갑질과 비위를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원생119는 “전국적으로 대학원생 수가 33만명에 달하지만 지역과 대학을 막론하고 대학원생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녹녹치 않다”면서 “얼마 전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대학원은 ‘직장’이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대학원생 상당수는 갑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119’는 실명으로 가입 신청을 받고, 가입 승인 후에는 익명으로 운영된다. 가입신청을 받을 때 학과와 연락처를 묻고, 운영스탭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교수나 선임연구원이 들어올 수 없다.

‘대학원생119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대학원들에게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대학원 사회의 갑질과 비리를 알려나가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1일 출범, 2018년 12월 현재 15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등),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사무금융노조 등 노동전문가들이 오픈카톡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오픈카톡, 이메일, 밴드를 통해 들어온 제보는 총 2만 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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