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투쟁 승리 새 역사의 시작”

강경남 kkn@gjdream.com | 2018-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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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대법원 승소 시민보고대회
“정의는 결국 승리” 청소년들 “기억투쟁 잇겠다”

“역사의 수레를 함께 끌고, 함께 밀어 주신 시민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대법원 승소는 광주시민 모두의 가슴에 ‘자랑스러운 새 역사’로 새겨졌다.

지난 5일 저녁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대건문화관에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대법원 승소 시민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비롯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싸워온 피해 원고, 30년이 넘도록 피해자들의 투쟁을 지원해 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지원회)’, 시민과 청소년 등 100여 명이 참여해 역사적인 대법 승소를 축하했다.

법정 투쟁에 앞장섰던 1차 소송 원고 양금덕(1929년생)·이동련(1930년생) 할머니가 오랜만에 한 자리에 앉았고, 3차 소송 원고 이경자(1943년생, 근로정신대 피해자 고 최정례 씨 유족) 할머니도 참석해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축하공연으로 문을 연 이날 행사는 천정배 국회의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의 축사, 장헌권 목사의 축시 등으로 진행됐다.

일본에서 최초로 재판을 시작해 최종 패소한 뒤로도 포기하지 않고 시민모임을 결성, 제1의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싸워온 과정을 담은 영상도 함께 시청했다.

소송대리인단을 맡아 피해자들의 법정 투쟁을 지원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김정호 지부장과 시민모임 공동대표 김정희 변호사 등도 무대에 올라 소송 진행 경과와 대법 승소 판결의 의미, 향후 과제 등을 설명했다.

미쓰비시 측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이끌어낼 방안과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 노력 등이 대표적 과제들이다.

대법원 승소가 결코 끝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보고대회에 참석한 시민과 청소년들은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쓰비시는 사죄·배상하라”를 외치며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 8기로 활동했던 정지성 군(광주진흥고 3학년)은 “11월29일 73년 동안의 기억투쟁에서 승리한 것은 시민모임과 나고야 소송지원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오신 할머님들의 용기와 눈물 덕분이다”며 “할머니들이 이어온 그 기억투쟁의 바통은 저희가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대법원 승소 시민 보고대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미쓰비시 사죄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길고 긴 싸움에서 크고 작은 힘을 보태온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오늘의 승리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할머니들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건강상 이유로 지난달 29일 대법원 선고 현장에 가지 못한 양금덕 할머니는 “여러분들의 격려로 힘이 난다”며 “덕분에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더 건강해서 100살 이상 살고 싶다”고 말했다.

보고대회 전 광주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승소 판결을 들은 2차 소송 원고 오철석(근로정신대 피해자 고 오길애 씨 유족) 할아버지도 “진정한 광복이 오늘인 것 같다”고 시민과 청소년들에 감사 뜻을 전했다.

원고들의 발언에 앞서 설월여고 학생들은 바자회를 통해 모인 수익금을 피해 원고들에 전달하기도 했다.

바자회 수익금을 기부한 설월여고 학생들과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나고야 소송지원회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나고야 소송지원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처 관심 갖지 않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문제를 알려내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소송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매주 금요일이면 나고야에서 360km가 떨어진 도쿄까지 찾아가 미쓰비시 본사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금요행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광주의 은인’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금요행동’은 7일로 449회째를 맞는다.

3차 소송 원고 이경자 할머니는 이날 보고대회에 참석한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에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대법원 승리 판결을 들으며 돌아가신 김혜옥 할머니, 김중곤(1차 소송 원고) 님의 부인 김복례 할머니를 비롯한 원고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며 “‘이겨서 잘됐다’는 마음 한편으론 ‘원고 전원이 법정에 모여 이 판결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북받쳐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승리 판결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이 문제 해결이 한일 국가간 앙금을 해결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2013년 1차 소송에 대한 광주지법 판결문의 ‘결론’을 희망으로 삼고 지혜와 힘을 짜내 최종적 해결을 목표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광주의 은인’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왼쪽)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1차 소송 원고 이동련 할머니와 함께 보고대회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는 “일본 소송에서 패소한 뒤 ‘안 되는 일이다’ ‘이미 끝난 문제다’고 했던 이 일을 이만큼 되도록 했던 것은 나고야 소송지원회를 비롯한 광주시민 여러분이다”며 “‘안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주신 여러분에게 정말 고맙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참석자들은 끝으로 ‘그대에게’,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보고대회를 마쳤다.

한편,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박해옥·김성주·양금덕·이동련·김중곤(유족)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각 원고에 대해 미쓰비시가 1억~1억2000만 원을 배상토록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영수·심선애·김재림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 할아버지 4명이 참여한 2차 소송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원고가 승소했다. 이경자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영옥 할머니가 원고로 참여한 3차 소송의 항소심 판결은 14일 나올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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