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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라돈 침대…“버리지도 못한다”

김현 hyun@gjdream.com | 2018-06-04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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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확인 위해선 수치 측정 필수…계속 대기중
회사 차원 수거 한계…지자체 나서 대책 마련을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광주시민 A씨 집에는 출입이 금지된 방이 있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방을 잃어버린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이 모든 건 ‘침대’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일부 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A씨가 확인해봤더니 자신의 집 침대가 바로 그 회사 제품으로 확인된 것이다.

 A씨는 침대를 버리지도 못했다. 아이의 건강이 침대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향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돈 측정기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요청해놓은 침대회사 측의 수거도 연락이 없다.
 
▲대진침대, 매트리스 21종 수거 진행

 이처럼 시민들의 ‘라돈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수거작업은 더디고, 피해자들을 위한 조치와 안내는 부족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대진침대 매트리스 7종에서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발표한 건 지난달 15일이다.

 “검출된 것은 미량이라 안전 기준에 위배되지 않다”고 한 일주일 전 발표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후 7종이던 라돈 검출 매트리스는 21종으로 늘어났다.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 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 슬리퍼, 네오그린 슬리퍼 등 7종을 포함 그린헬스1, 파워그린슬리퍼R, 파워트윈플러스, 파워플러스포켓, 프리미엄웨스턴 슬리퍼, 로즈그린 슬리퍼, 그린슬리퍼, 아이파워그린, 아이파워플러스 슬리퍼, (파워그린슬리퍼) 라임, 파워그린슬리퍼 휩노스, (파춰그린슬리퍼) 플래티넘, 아르테 등 14종이 추가로 결함 사실이 드러났다.

 대진침대는 21개 제품에 대해 수거 및 폐기 명령을 받고 모든 제품을 수거하기로 했다.

 온라인 신청에 수많은 시민이 몰리고 있다. 문의전화가 폭주하면서 고객상담전화도 먹통이기 일쑤다.
 
▲라돈 측정기 구하기 ‘전쟁’…소송 진행도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율은 ‘대진침대 라돈 사건 집단 소송’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여기에는 건강에 영향을 받았다는 피해호소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라돈은 ‘발암 1군 물질’로 분류된다. WHO 국제암연구소는 전 세계적으로 폐암의 3~14퍼센트가 라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원인 불명의 아팠거나 아픈 사례’ 게시판이 따로 만들어졌다. 여기엔 피부병·호흡기질환·심장질환·감상선·두통·무기력증·어지럼증·불면증·코피·비염 등 수많은 피해사례들이 매일 십수 건 씩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이 침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침대는 물적 증거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증거는 ‘라돈 측정 수치’. 이 때문에 ‘측정기’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라돈측정기 ‘라돈아이’를 시민들이 무료로 대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자가 몰려 내년 하반기에나 대여 가능한 상황이다.

 저렴한 가정용 측정기는 신뢰도에서 떨어지고, ‘라돈아이’는 20만 원을 초과하는 가격대다. 한 차례 측정을 위해 구매하는 것은 시민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구매한 시민들은 다른 시민들을 상대로 대여료를 받고 측정을 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자체 지원 나서…광주시는 ‘침묵’

 시민들 불안이 날로 심해지자 지자체 차원에서 시민들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전남도는 소비자들의 대처 방안을 안내해 도민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소비자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전남도는 ‘라돈침대 보관 집합장소’를 마련하고 인력과 차량을 지원할 것을 각 시군에 요청했다.

 또 6월 개시 예정인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에 피해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서 작성을 비롯한 상담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3일 경기도 수원시는 라돈 측정기 대여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가 재정을 투입해 측정기를 마련하고 대여료 1000원만 받고 시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라돈침대 사용자가 우선이지만, 침대가 불안한 수원시민이라면 누구나 대여해 측정해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광주시는 관내 지하철 역사에 대한 라돈 검사만을 진행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타 지자체와 대조를 보이고 있어 ‘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민 B씨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수거를 한 사람도 있다, 누구는 수거했고 누구는 안했다고 하고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어 혼란스럽다”면서 “이런 재난 상황 때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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