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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의 무대읽기]뮤지컬 ‘달동네 콤플렉스’

임유진 | 2018-10-29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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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한방’ 노리는 2년째 백수의 로맨틱코미디
아름다운 연기·노래에도 뻔한 이야기·대사 아쉬움

 1980년, 미국 영화 감독 알런 파커는 ‘Fame’이라는 작품을 만든다. 뉴욕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젊은 예비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담아낸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도 성공했으며, 아이린 카라가 부른 영화 주제가는 전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아이린 카라를 스타의 반열에 올렸다.

가진 것은 젊음과 열정밖에 없는 세대들의 치열한 삶에 관한 스토리는 이것 말고도 무수할 것이다.

1896년에 초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역시 그런 작품이다.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담아낸 이 오페라는 너무나 유명하고, ‘그대의 찬 손’을 비롯한 아리아들 역시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들이다. 비근한 예로 뮤지컬 ‘빨래’만 보더라도 2005년 초연 이래로 지금까지 롱런하면서 관객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26일 금요일밤에 ‘달동네 콤플렉스’라는 나름 심각해 보이는 제목의 뮤지컬을 보러 유스퀘어에 있는 동산 아트홀에 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저런 작품들을 떠올리게 될 줄 몰랐다. 아무런 편견 없이 갔고, 엔딩이 다가올 때까지 궁금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아마도 한 장짜리 리플릿에 적혀 있는 ‘리얼 순정 청춘들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라는 문구에 좀 더 주목했어야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 의식은 ‘달동네’와 ‘콤플렉스’에 이미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혔던 것 같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일 줄 몰랐고 ‘달동네’와 관련된 뭔가가(아마도 ‘콤플렉스’?) 나올 거라고 계속 믿었다.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이 뮤지컬의 배경이 딱히 달동네였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콤플렉스 부분에 이르면 더 모르겠다.

‘콤플렉스’하면 대부분 스위스 출신 정신의학자였던 칼 융(1875-1961)을 떠올릴텐데 이 뮤지컬 어디에서 융을 얘기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뭔가 아쉬운 작품, 문제는 대본

 뭔가 작품과 다소 안 맞아떨어지는 제목을 가진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다. 연출가도 알 수 없었고, 극단도 알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소위 말하는 ‘기획품’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대본을 썼겠지만, 그리고 연출도 있었겠지만 극작가에게서 작품을 사 들인 후 배우와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여기저기서 섭외하고 기획하여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딱히 극단 이름도, 연출가나 극작가 이름도 없다.

통계적으로 이러한 기획 작품들은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이고 배우들의 열연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달동네 콤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두 명, 여자 두 명으로 짜여진 배우진들은 민망할 정도로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했다. 관객 일곱 명 앞에서 말이다. 대개 오페라나 뮤지컬 에서는 한 곡의 노래가 끝나면 박수로써 배우에게 화답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전혀 그러한 리액션도 없는 중년의 일곱 명 관객들 앞에서 말이다.

 배우들의 노래 솜씨는 나름 출중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그런 싸늘한 반응은 대본에서 온 문제점 때문이었다고 나는 본다.

직장을 그만 두고 2년째 백수 상태인 인기와, 이제 막 전역한 태성이 (달)동네 만화방에서 시간을 죽이며 로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내용은 아주 너그럽게 포용한다고 치자. 누군들 지금 이 세상에서 로또로 인생을 한 방에 역전시키고 싶은 생각을 안 해 봤을까. 그러니까 그것은 그렇게 이해하자. 그 정도로 그들이 힘들다고 말이다. 날마다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만 되지 않고, (달)동네 만화방에 라면 외상 빚만 10만 원 정도 있다면 말이다. 저런 생각이 들겠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그러나 로또에 인생을 걸만큼 절박해보이지도 않고 별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것 같지도 않은 그들의 청춘을 풀어내는 장면들과 대사는 관습적이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또 결국 이 뮤지컬의 주제였던 것 같은 ‘사랑’(이라고 쓰고 연애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에 있어서도 여성 배우들과 남성 배우들의 대사는 21세기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진부하고 관습적이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는 아주 불쾌하기까지 했다.

여자 선배가 후배 여성에게 남자를 사로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랄지, 가끔 대사인지 애드립인지 알 수 없는 말들 중에서도 이게 지금 이 시대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인지 깜짝 놀랄 만큼 전근대적인 사상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한 사랑 이야기와 로또가 가져다 줄 인생 역전 이야기가 대충 섞여서 중구난방인 스토리도 따라가야 하고, 중간 중간 노래도 들어야 하는데 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으니 관객들은 박수를 쳐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도 잘 구별을 못 했다고 생각한다.
 
▲열정을 쏟아낸 배우들에게 울컥

 이 극의 대본을 쓴 애초의 극작가는 제2의 추민주(뮤지컬 ‘빨래’의 극작가이자 연출)를 꿈꾸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빨래’와 ‘달동네 콤플렉스’는 서 있는 지점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달동네 콤플렉스’는 처음부터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했을 것이다.

그런데 실패했다.

8월에 개봉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면 뭔가 클리셰 투성이인 것 같은데도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일정정도 성공을 했다고 본다.

극이 시작되기 전 배우가 준 손글씨와 사인.

그런데 ‘달동네 콤플렉스’는 참 구태의연한 클리셰에서 멈추어버렸다. 관객들에게 다가온 것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뿐이었다.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 두 명은 배우에게서 종이를 하나씩 받았다. 나는 종이를 받은 관객 중 한 명이었다. 관극 후 집에 와서 종이를 펴보니 인기 역을 맡은 배우가 손글씨로 쓴 편지와 사인이었다.

극에서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내가 울컥한 순간이다.

노래 잘하고 끼 많고 일곱 명의 (리액션 부족한) 관객 앞에서도 열정을 다해 연기한 이 청춘, 고단한 이 청춘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달동네 콤플렉스’인 것일까. 그가 언젠가는 꼭 ‘fame’의 정점에 선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유진<연극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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