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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의 무대읽기]‘나의 ps 파트너’

임유진 | 2018-05-14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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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같았던 이별 연출 몰입도 최고
 지난 3월29일부터 한 달간 기분좋은극장 충장아트홀에서 공연된 연극 ‘나의 ps 파트너’는 2012년 변성호 감독의 영화 ‘나의 ps 파트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폰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야릇함이 일단 흥미를 주었고, 지성과 김아중이 주인공을 맡았다는 데 끌려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나름대로는 제법 ‘야한’ 장면도 많았고, 분명 성인물이었던 그 영화를 소극장 무대에서 어떤 어떻게 펼쳐낼지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지난달 27일 극장을 찾았다.

 소설이나 영화 원작이 있는 연극의 경우 제일 먼저 관심이 가는 부분은 각색이다. 영화나 소설이 주는 만큼, 혹은 그보다 더한 감동과 재미를 주려면 무엇보다 각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연출력이고 배우들의 연기다.

 연극 첫 장면은 분명한 각색이 들어갔다. 그런 점에서 흥미로웠다. 영화의 첫 장면이 이미 실연해서 상처를 입은 현승(지성)이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서 헤어진 연인 소연(신소율)을 해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연극은 현승이 소연과 헤어지게 되는 이유를 먼저 보여준다. 음악인의 삶을 살고 싶었던 청년 현승은 때때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이 살고 있었고, 그를 먹여살리다시피 해온 소연은 그런 삶에 지쳐서 이별을 선고한다. 그 장면에서 일순간 관객들이 이것이 지금 연극인지 실제 상황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 연출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영화나 소설은 할 수 없는 연극 무대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영화와 다른 도입, 중후반은 비슷한 전개
 
 그 뒤부터는 거의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간다. 연인과 헤어져 실의와 슬픔에 빠져 있는 현승에게 야릇한 전화가 오는데 그것은 윤정이 애인의 전화번호인 줄 착각하고 잘못 건 전화였다.

연극 ‘나의 ps파트너’ 무대와 소품들.

 모르는 여자에게서 잘못 걸려온 전화로 폰 섹스를 경험한 현승은 소연과 헤어진 이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감정과 내면의 모습을 발견한다. 물론 그 다음은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전형을 따른다. 윤정과 현승은 티격태격하게 되고 그러다가 정이 들고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한 명의 중심인물이 또 있다. 바로 윤정이 폰 섹스라는 아이디어로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던 애인 승준이다. 승준은 상당히 ‘나쁜 남자’의 전형처럼 나오는데,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가 윤정하고 사귀게 되면서 여자인 윤정이 퇴직을 할 때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 또 그는 바람을 피운다.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관계에 충실하고자 했던 애인 윤정의 목표가 결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한다.

 이 연극은 결국엔 한 사람이 주체로 당당히 선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려고 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소유나 굴레가 아님을 선언한다고 볼 수 있다. 윤정은 승준의 바람을 알면서도 꾹 참고, 애인의 배신이 주는 고통 같은 것은 없는 척하며 그런 것에 영향 따위 받지 않는 굳건한 사랑인 척 한다. 그리고 결국 승준에게서 청혼을 받아낸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결혼식장에 선다. 그러나 어쩌면 윤정의 또 다른 자아였을지도 모르는 현승(일종의 아니무스)은 윤정의 무의식이 원하는 대로 그 결혼식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결혼을 파기한다.

 이 결혼식장 난동 장면은 얼핏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67년작 영화 ‘졸업’을 연상시키는데, 현승과 윤정은 더스틴 호프만과 캐서린 로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선하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갑자기 가슴이 뛰는 것은 고 신해철 때문인데, 물론 연극에서 그는 등장하지 않으며, 그의 역할을 하는 배우도 없다. 백수나 다름없는 가난한 음악쟁이 현승이 어떻게 갑자기 당당한 음악인의 대열에 들어가게 되는지, 그래서 어쩌다 먼 나중에 윤정을 다시 만나게 되는지, 영화는 나름 치밀하게 각본을 짰으나, 연극은 그 부분은 조금 소홀하게 넘어간다. 그런 면에서 영화보다는 연극이 연인간의 애정 문제에 더 천착했다고 볼 수 있다.
 
▲신해철 연상 인물, 소홀했던 묘사 아쉬움
 
 그렇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관객들은 윤정의 애인 현승이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면 깊은 한숨으로 윤정에게 동감을 표시했고, 웃을 때는 실컷 웃으면서 연극에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연극 무대의 장치, 소품 얘기를 하고 싶다. 영화가 2012년 작이고, 그 후 2년 뒤에 연극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꽤 오래 세월이 지났다고 할 수 있겠다. 무대장치도 소품도 그 세월을 보여준다. 특히 여주인공 두 사람이 신고 나오는 하이힐이 시선을 붙잡았다. 낡은 구두. 지저분하고 몹시 낡은 그녀들의 구두. 왜 일까? 두 주연배우의 구두를 바꿔 주지 못할 정도로 이 무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아니면 여주인공들의 구두 따위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소연은 가난한 현승과 헤어지자마자 벤츠를 몰고 다니는 남자와 만난다. 그리고 윤정은 결혼식장에서도 그 낡은 구두를 신고 있다. 이것은 뭔가를 상징하는 것일까? 아니면 극단 혹은 제작사 측의 안일함일까?

 연극 무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을 예의주시하며 무대와 호흡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에게 적절한 의상과 소품, 무대장치는 그냥 기본 사양이라는 것도 말이다.

 끝으로 영화가 더 나았는지 아니면 연극 무대가 더 나았느지라고 묻는다면 “직접 보라”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둘 다 재미있었고, 특히 커플들이 보기엔 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임유진<연극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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