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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K의 민낯] (3)1등급 위한 ‘시험 족보’ 있었나

김우리 uri@gjdream.com | 2019-08-19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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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 76% 문제집·기출문제 그대로
교사 자의적 점수 조작 무더기 적발도
“내신몰아주기…철저 수사·처벌” 촉구

 명문고로 알려진 광주 사립고 K고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거세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학교가 문제집 등에서 기출문제를 그대로 베껴 실제 지필고사의 고득점 문항으로 출제하는 편법이 상습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 학생을 만들기 위해 학교에서 성적과 관련한 부정이 일어날 개연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명문고 K가 벌인 다방면의 학사관리·평가관리의 파행은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조직적이고, 다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시교육청이 지난 3년 간 K고 수학 지필고사 고난이도 문항을 조사한 바로는 76% 이상이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했다. 성적우수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기숙사반(심화반) 학생들에게 이들 문항을 별도 제공했는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 자체로 ‘평가 관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지침 위반 사항이다.

 또한 이 학교가 서술형 문제에 대해 오답을 정답 처리하는 등 점수를 조작한 것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만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무더기 적발됐다. 채점기준표도 없이 답을 적지 못한 상위권 학생들에게 점수(5점)를 주는가 하면, 똑같은 답을 적었지만 상위권 학생에게 7점, 일반 학생에게 3점을 주는 식이다.
 
 ▲조직적인 ‘내신 몰아주기’ 정황
 
 K고의 평가 관리 부적정 사항들을 고려할 때, K고 전체가 조직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내신 몰아주기’에 가담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실제로 광주시교육청의 학업 성적 관리지침에 따르면, 지필 평가의 경우 문제집이나 전년도 기출 문제에서 그대로 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데다 특정 문제집 출판사와의 연관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이달 7일까지 K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를 14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그대로 싣기)하지 않아야 함에도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된 문항이 대다수였고, 이외 교과서에서도 전재된 문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특히 수학 교과의 경우 2017∼2019학년도 학생들이 본 시험문제 중 난이도 높은 197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150개 문항(76.2%)이 문제집, 기출문제와 완전히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어 교과에서도 2018∼2019학년도 평가 문항을 조사한 결과 16개 문항이 완전 일치하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시교육청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조사 등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문제들이 특정 학생에게 사전에 제공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3학년 기말고사 문제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진 광주의 사립고 K고교에서 1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도 특정 문제집과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위)와 특정 교재에서 발췌한 문제(아래). 지문과 보기 모두 똑같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하지만 앞서 ‘3학년 특정동아리에 시험문제가 제공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고, 이후 다른 제보를 통해 1학년 수학최고급반 교재에서 문제 유출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상위권 ‘내신 몰아주기’를 위해 ‘시험 족보’ 성격의 유인물·교재 제공 등의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학교 차원 조직적인 편법 조장”
 
 이번 시험문제 유출 사태는 개인의 일탈로 불거진 다른 성적비리 사건과 달리 학교가 조직적으로 편법을 조장해 온 것 때문에 다른 결로 해석된다.

 지난해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이 재직 당시 시험문제·정답을 빼돌려 자신의 쌍둥이 자매에게 준 부정행위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대전의 한 고교 수학교사는 2016년 4등급 배점 기준을 따르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최고점을 줬고, 충북의 한 과학교사도 6개 반 208명 전원에게 수행평가 만점을 줘 성적비리 논란을 빚었다.

 K고는 광주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 비율이 종합 1위를 차지할 만큼 소위 ‘명문고’로 입소문이 나 있다. 실제로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주요대학, 전남대 조선대 등에도 가장 높은 합격률을 기록해 왔다.

 이에 학교 전체가 명문대 진학 실적을 높이려고 갖가지 편법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을 특별관리 하고, 부당한 교육과정·평가관리를 서슴지 않는 ‘입시학원화’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5일 실시된 K고 기말고사 수학문제(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중 객관식 3문제, 서술형 2문제 등 5문제(총점수 26점)를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특정 동아리에서 미리 풀어봤다는 사전 유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는데, 시험문제의 보기까지 같아 오싹함마저 든다.

 시교육청 감사팀은 좌표 공간에서 도형 사이의 상관관계를 묻는 문제 등 5개 문항이 질문 자체는 물론 제시한 조건, 숫자까지도 모두 똑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단, 한 문제만 주관식이냐, 객관식이냐 차이가 있을 뿐, 5문항 모두 “출제자의 의도, 숫자, 보기, 순서까지 완벽하게 일치해 똑같은 문제”라는 분석이다.
 
 ▲보기까지 같은 문제 미리 풀어
 
 또 문제의 5개 문항은 이미 전체 학생에게 공유된 자료고, 학기 초부터 제공돼온 문제은행 중 일부라는 학교 측 주장과 달리 감사 결과, 기말고사를 한 달 여 앞둔 5월 중·하순에 두 차례에 걸쳐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포된 유인물은 모두 3장이고, 문제가 된 수학문제는 이 3장에 모두 담겨 있었다.

 해당 유인물은 성적순으로 입사한 기숙사반(심화반) 학생들이 다수인 교내 M수학동아리 소속 학생 31명에게만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학교에서 공개한 서술형 평가 채점기준표. K고에선 채점기준 없이 자의적인 채점이 이뤄지고 있었다.
 
 시교육청 감사팀에선 문제가 된 5문항에 대해 “1, 2등급도 풀기 힘든 문제로, 실제 동아리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백지로 답안지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동아리반이 아닌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훼손을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이 5문항 유출 건에 대해 지난달 11일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추가로 2018학년도 1학년 방과후학교 수학최고급반 교재에서 평가 문항이 출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수사 의뢰 예정이다.

 또한 이번 감사 결과, 서술형 평가의 경우 채점기준표를 문항 출제와 함께 사전 결재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에서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채점기준표를 채점 이후 결재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평가 관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교사가 채점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채점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동일 답에 다른 점수를 부여하거나 근거 없는 부분 점수를 준 사실이 특히 정답을 오답 처리하는 등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채점오류가 다수 발견돼 감사 기간 중 해당학교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문항 출제 시 채점기준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시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지침 위반 사항이다.
 
 ▲“서술형 채점기준표 관리도 엉망”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술·논술형 평가 문항을 출제할 때는 반드시 채점기준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때 채점 기준표에는 모범 답안, 인정 답안, 풀이과정에 따른 부분 점수, 단계별 점수 등이 포함돼야 한다.

 K고 시험문제 유출이 사실로 밝혀진 이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성명을 내고 “학교가 명문대에 학생들을 보내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편법으로 똑같은 제자들을 차별하며 최상위권 학생들은 특별관리하고 시험지 유출 등을 저지른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검찰은 K고시험지 유출, 상위권 특별관리, 채점 오류 등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정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최근 “우수학생 몰아주기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입시비리이자, 소외학생들에게 박탈감과 자괴감을 주는 질이 아주 나쁜 입시비리”라며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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